무엇이 출시되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누비아(Nubia)가 9월 16일(현지시각) ‘나비X 울트라(NaviX Ultra)’를 중국에 출시합니다. 바이트댄스(ByteDance)의 AI 어시스턴트 더우바오(Doubao)를 탑재한, 세계 최초의 양산형 AI 에이전트 스마트폰으로 소개되는 제품입니다. 홈 화면 대신 음성이나 전용 오렌지색 버튼으로 더우바오를 호출해, 주문·예약·계좌 조회처럼 여러 앱을 오가야 했던 작업을 하나의 에이전트가 대신 처리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이 제품은 ZTE와 바이트댄스가 공동 개발했으며, 더우바오 모바일 어시스턴트의 ‘2세대’ 버전이 탑재됩니다.

스펙보다 중요한 건 접근 방식의 전환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8 엘리트 Gen5, 디스플레이는 6.78인치 144Hz OLED로 알려졌습니다. 배터리 용량은 보도마다 7,000mAh(AIbase)와 7,100mAh(포캐스트)로 엇갈리는데, 90W·100W 유선 고속충전과 무선충전을 지원한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확인됩니다. 카메라는 5,000만 화소 메인·초광각·페리스코프 망원 렌즈 후면 구성에 5,0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를 갖췄습니다.

메모리는 창신메모리(ChangXin Memory)의 LPDDR5X D램으로, 초당 10,667메가비트(Mbps) 전송 속도를 지원하는 국산 칩의 첫 양산 적용 사례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퀄컴·BOE·삼성전자·굿딕스(Goodix)도 협력사로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에서 진짜 주목해야 할 지점은 하드웨어 스펙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앱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는 데 있습니다.

1세대의 실패: ‘신의 손가락’이 불러온 반발

이를 이해하려면 1세대 제품 이야기부터 짚어야 합니다. 2025년 12월 출시된 누비아 M153은 ‘인젝트 이벤츠(INJECT_EVENTS)’라는 기술로 사람의 터치를 흉내 내 위챗·타오바오·알리페이 같은 앱에 강제로 접근했습니다.

이 방식은 기술적으로 보면 접근성(Accessibility) API나 화면 오버레이를 악용해 UI 이벤트를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사람이 화면을 터치하는 것처럼 시스템을 속여 앱을 조작하는 셈인데, 이는 해당 앱의 명시적 동의 없이 이뤄지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보안·프라이버시 업계에서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로페어(Lawfare)에 기고한 샘 사크스(Samm Sacks) 등 비판론자들은 이를 ‘신의 손가락’이라 불렀고, 주요 플랫폼들은 잇따라 접근을 차단했습니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기존 앱 생태계와 상호작용할 때 반드시 마주치는 근본적인 질문을 드러냅니다. 앱 제공자의 동의 없이 사용자를 대신해 앱을 조작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문제입니다.

나비X 울트라의 노선 전환: MCP와 A2A

나비X 울트라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강제 진입’에서 ‘표준 프로토콜을 통한 승인 요청’으로 바꿨습니다. 화면을 흉내 내는 방식 대신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과 A2A(Agent-to-Agent) 프로토콜을 채택한 것입니다.

MCP는 AI 모델이 외부 도구·데이터 소스와 표준화된 방식으로 통신할 수 있게 하는 프로토콜로, 최근 AI 업계에서 사실상의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A2A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서로 통신하고 작업을 위임할 수 있게 하는 프로토콜입니다. 두 프로토콜을 채택했다는 것은, 나비X 울트라의 에이전트가 화면을 ‘읽고 흉내 내는’ GUI 자동화 방식에서 벗어나 각 앱이 제공하는 공식 API·인터페이스를 통해 정식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기술적으로 훨씬 안정적이고 앱 제공자 입장에서도 통제 가능한 방식입니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텐센트·알리바바 같은 기업들이 실제로 이 프로토콜을 통한 접근을 ‘승인’해줘야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나비X 울트라는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로부터 네트워크 접속 승인을 받은 상태지만, 이는 정부 승인일 뿐 개별 앱 사업자들의 협조와는 별개 문제입니다.

거실에서 손안으로 — 에이전트 경쟁의 무대 이동

이 제품은 더 큰 흐름 안에 있습니다. 최근 IFA 베를린에서는 앤커 마인드베이스(Anker MindBase), LG 씽큐 클로(LG ThinQ Claw)를 포함한 가정용 AI 허브 5종이 경쟁을 벌였습니다. 이들은 각자 독자적이고 폐쇄적인 생태계로 거실 공간을 놓고 다투는 제품들입니다.

나비X 울트라는 이 경쟁의 모바일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치형 허브와 달리 운영체제 수준에서 작동하는 이동형 에이전트로, 사용자의 디지털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주 인터페이스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거래(트랜잭션)를 누가 쥐느냐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와 앱 사이에 자리 잡으면, 자연스럽게 결제·거래의 관문(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게 됩니다. 검색 엔진이 한때 인터넷 트래픽의 관문이었듯, AI 에이전트는 모바일 상거래·서비스 이용의 새로운 관문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바이트댄스가 ZTE와 손잡고 이 시장에 뛰어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파괴적 아웃사이더에서 플랫폼 파트너로 위치를 전환하며, MCP를 통한 앱 연동 거래에서 수익을 내려는 전략입니다.

소비자가 느끼는 딜레마: 편의 vs 프라이버시

이는 전형적인 ‘폐쇄 정원(walled garden)’ 문제로 이어집니다. 소비자는 서로 호환되지 않는 파편화된 하드웨어 허브들과, 앱 개발자들의 협조가 필요한 중앙화된 모바일 에이전트 사이에 끼인 처지가 됩니다.

실제 설문에서도 이런 양면성이 드러납니다. 사용자의 50%는 여러 기기를 하나로 통합해 보는 화면을 원한다고 답했지만, 41%는 프라이버시를 가장 큰 장벽으로 꼽았습니다. 편의를 원하면서도 디지털 열쇠를 하나의 에이전트에 통째로 맡기는 데는 조심스러운 태도가 공존하는 것입니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위챗·알리페이 같은 결제·메시징 앱까지 관장하게 될 경우,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이 사용자의 디지털 생활 전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20만대 한정, 그리고 진짜 관문

초기 생산량은 약 20만대, 예상 가격은 5,000위안(약 700달러) 선으로 프리미엄 실험작에 가까운 물량입니다. 나비X 울트라는 앞서 WAIC 2026 SAIL 어워드를 수상했지만, 산업계의 인정이 소비자 수용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관문은 여전히 제3자 앱의 협조 여부입니다. 표준 프로토콜로 전환했더라도, 텐센트나 알리바바 같은 기업이 실제로 문을 열어줄지가 나비X 울트라의 실질적 쓸모를 좌우합니다. 이들이 계속 에이전트 접근을 막는다면, 나비X 울트라는 오렌지색 버튼이 달린 비싸고 빠른 하드웨어에 그칠 수 있습니다.

한편 ZTE는 현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어, 나비X 울트라는 중국 내 출시로 한정됩니다. 표준화된 프로토콜이 경쟁하는 거대 기술기업들 사이의 간극을 실제로 메울 수 있을지, 아니면 에이전트 경제 역시 하드웨어처럼 파편화된 채 남을지는 결국 텐센트·알리바바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정리

  1. 기술적 전환: 화면을 흉내 내는 강제 진입(INJECT_EVENTS) 방식에서 표준 프로토콜(MCP·A2A) 기반 승인 요청 방식으로 전환
  2. 1세대의 교훈: ‘신의 손가락’ 논란이 보여준 것은, AI 에이전트가 앱 생태계와 상호작용할 때 사업자의 동의 없는 접근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
  3. 비즈니스 모델: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앱 사이의 거래 관문이 되면서, 하드웨어 제조사가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려는 시도
  4. 최대 변수: 표준 프로토콜을 채택해도 텐센트·알리바바 등 슈퍼앱의 실제 협조 여부가 성패를 가름

나비X 울트라의 진짜 실험은 하드웨어 성능이 아니라, AI 에이전트와 기존 앱 생태계가 강제가 아닌 합의를 통해 공존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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